‘N포세대’라는 말이 있다.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오포세대(취업, 내 집 마련)를 넘어(인간관계, 희망)라는 말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구포세대(건강, 외모관리)라는 말이 생기고, 꿈도 희망도 없는 삶에 비관하여 ‘삶’까지 포기한다고 하여 심포세대, 완포세대, 전포세대 등으로 부른다고 한다. 하나하나 부르기에는 어차피 비슷한 것들이어서 ‘N포세대’라는 말로 틍칭한다는 것이다. 숫자를 헤아리는 것이 모자라 임의의 자연수 'N'까지 나오다니. 생각나는 족족 포기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나는 무엇보다 단어 뒤에 붙는 ‘포기’라는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 포기라는 단어에는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인데 능력이 안돼서 못하는 의미가 담아있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당연히 거쳐 지나가는 일로만 알았던 연애, 결혼, 출산 같은 일들이 이제는 대단히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애인이 없고, 결혼을 안 하고, 출산을 하지 않는 일이 나의 의사를 뛰어넘어 능력의 하나로 평가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정 세대가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 집 마련, 심지어 희망과 꿈까지 포기해야 하는 현상은 왜 생겨났을까.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할까. 어른들의 말처럼 노력이 부족해서 일까. 끈기가 부족한 걸까.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아온 세대의 칭얼거림일까. 부모세대의 피땀 어린 노력의 성과를 대가 없이 받기만 해서일까.
나는 이 모든 이유들이 기성세대들의 ‘꼰대짓‘이라고 생각한다. 노력의 부재. 과연 요즘의 취준생처럼 실로 가공할 만한 스펙을 쌓았던 세대가 있었나. 꿈이 확고하지 못하거나, 의지가 박약해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투는 경쟁을 당연시하고, 이 경쟁을 뚫지 않고서는 패자로 만들어버리는 법과 정책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의 비슷한 것들을 목표로 설정하고, 한정된 자리를 낚아채야 한다는 것. 자연스럽게 노력은 일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가게 되어있다. 여러 푸념 속에서도 좀처럼 놓지 못하고 집착하게 되는 이 열매를 손에 넣으려고 하다 보니 노력은 끝없이 이어진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미래를 예측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온 몸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N포 세대’ 안에 들어있는 세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다. 때문에 지금 이 시대에 대한 논의는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성시대 대 현 시대의 프레임을 유리한 틀로 설정하는 것은 세대간의 괴리를 야기한다. 지금 세대의 문제는 단지 젊기 때문에,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지역, 교육 등 수많은 지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 by 달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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