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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기획연재⑥] 월세살이 중인데 애기는 못 낳는다고 봐야지. <평균 34.1세, 근황 인터뷰>

[기획연재] 월세살이 중인데 애기는 못 낳는다고 봐야지. 

<평균 34.1세, 근황 인터뷰>

강아름, 85년생, 35세, 여, 기혼, 자영업, 서울시 종로구 거주

본 기획은 국민권익위원회 후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합리적이다 생각해 

결혼? 난 그냥 결혼이 궁금했어. 결혼보다는 동거가 더 합리적이다 생각해. 결혼과 동거의 차이는 자녀가 있느냐 없느냐 뿐이고. 동거를 통해서 경험을 해봐야 손실이 없다고 생각해. 결혼 전에는 남편이 이런 사람인지 몰랐지. 남편이랑 문화예술 취향이 맞아서 결혼을 했지만 실생활에서 다투는 게 너무 많아. 내가 왜 이 사람이랑 결혼을 했을까? 취향 아니면 결혼을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때가 너무너무 많아. 너도 결혼하지마! 

그리고 싸우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인 것 같아. 내가 회사 그만 두고 스스로 독립하려고 준비 중이잖아. 자영업 하려고 몇 개월째 백수생활을 하고 있잖아. 그런데 남편 잔소리가 나날이 심해지는 거야. 틈만 나면 남편이 하는 소리가 “내가 돈 버느라 얼마나 힘든데.” 이래. 그래놓고 영업 핑계 대고 맨날 새벽 2시를 넘어서 들어와. 새벽 2시 이후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 그래서 “적당히 늦어야지!”라고 화를 냈더니 나를 완전 생백수 취급하면서 계속 외벌이 한탄을 하는 거야. 그렇게 싸우다가 추석 전날에는 집을 나와버렸어. “너가 나갈래? 내가 나갈까?”하다가 화가 너무 나서 짐 싸들고 친정 집에 가버렸지. 이 상황을 너무 도피하고 싶더라. 

난 그냥 1년 안되게 내 사업 천천히 준비해서 정말 자영업자로서 잘 독립해서 잘해보고 싶은 건데. 남편도 그렇게 합의해놓고 자꾸 면박을 줘. 이렇게 돈 때문에 급급해지는 남편을 보면 퇴사를 괜히 했나 싶기도 하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그래. 


월세살이 중인데 애기는 못 낳는다고 봐야지. 

나는 지금 ‘내 사업’을 하려고 하잖아. 내 사업 준비와 육아가 병행이 될까? 절대 안될 걸? 병행만 된다면 나는 지금이라도 임신을 하고 싶어. 아기를 갖고 싶어. 그런데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하지. 누가 애를 봐줄 거며. 내가 애기한테 온전히 에너지를 쏟을 수도 없을 거야. 일단 자리잡을 때까지는 애기는 못 낳는다고 봐야지. 지금 우리 신혼집이 반전세야. 지금도 월세살이 하는데. 애기 가지려면 또 집이라도 안정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남편이랑 나는 안정적이 되려면 멀었지. 남편은 예술기획 하면서 아직도 모아둔 돈이 없어, 거의 없대. 나 결혼할 때도 남편은 차 팔아서 보증금 마련했었고. 엄마아빠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싶어. 그래도 나는 애기는 갖고 싶은데. 

지금 상태에서 애를 가지는 것은 내 욕심만 채우는 것 같아. 이기적인 거지. 내가 애를 낳아서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가 돈이 없고 부족하게 살아야하는 상황에서 애를 낳으면 그건 죄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선보여주지 못할 거면 애를 안 낳는 게 맞다고 봐. 

그러니까, 애를 키우는 행복과 기쁨을 느끼고 싶기도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고. 자신이 없어. 

내 자식이 ‘아, 인생 살만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낳아놓고도 미안할 것 같아. 


고부갈등, 나는 없을 줄 알았는데…

시어머니가 너무 받으려는 스타일이야. 맨날 뭐 갖고 싶다 뭐 갖고 싶다 표현을 하신다? 시어머니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있어. 시어머니가 혼자 사시기 때문에 남편이랑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꼭 뵈러 가거든? 그런데 갈 때마다 바라는 소리를 엄청 하시는 거야. 

“너가 우리 장씨 가문을 일으켜야지”

“너가 돈 좀 많이 벌어서, 남편 잘 좀 해 먹여야지.”

나는 이씨인데, 내가 왜 장씨 가문을 일으켜야 되니? 시어머니의 그런 마인드가 기분이 너무 나빠. 그리고 내가 퇴사하고 사업을 준비한다고 하니까. 내 사업 잘되서 “아름이 덕 좀 보자”고 말씀하시는 거야. 왜 이렇게 부담을 주니? 자기 자식은 예술한다 이거지. 그러니까 내가 뒷바라지 잘하라는 거잖아! 

지난번에는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내 욕하는 소리를 들었어. 내가 일본에 나갔다가 들어올 일이 있어서 면세점에서 어머니 드실 홍삼이라도 사오겠다고 했거든. 그런데 남편한테 내가 선물을 사오면 꼭 생색을 낸다고 내 욕을 하고 계신 거야. 생색 낼거면 선물 사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 기분이 너무 나빴어. 시어머니께 잘해봤자 필요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앞으로는 시어머니 선물 사가지도 않으려고. 다 필요 없어! 

고부갈등, 나는 없을 줄 알았는데 결혼하자마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어. 내가 결혼을 왜 했을까. 요즘은 약간 후회도 많이 든다? 

부모님들이 자식들 결혼 생활에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안하고 간섭 좀 안 하시면 본인들끼리 그냥 알아서 잘 살 텐데. 괜히 한마디 한마디 하는 것이 부부관계를 더 안 좋게 만들어. 그걸 왜 모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