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손우정(바꿈. 이사)
2016년 5월 3일. 한 사내가 양재동 서희빌딩 14층으로 들어섰다. 그의 이름은 홍명근. 이제 창립 1년을 맞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의 유일한 풀 상근 활동가다. 예전보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인기가 사라지고 있는 이 때, 그는 왜 바꿈 활동가가 되었을까?
장맛비가 쏟아지던 7월 5일 나른한 오후, 바꿈 사무실에서 올해 31살의 유부남, 홍명근을 만났다. 두둥~
바꿈 와서 좋은 점은....“맛있는 걸 많이 먹는다”
-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한다. 식곤증 때문에 피곤하니 30초 이내로 말하라.
“올해 31살로 바꿈에서 상임하는 홍명근이다. 상임활동가가 된 지는 이제 2개월이 지났다. 그 전에 경실련에서 평화통일쪽 사업을 3년 반 정도 담당했다. 좀 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싶어서 두 달 전에 바꿈에 왔다.”
- 흠. 30초도 안됐고, 별로 재미도 없다. 시민사회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대학교 다닐 때 솔직히 말해서 자기 소개서에 한 줄 채워 넣으려고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이사장의 종주를 따라간 적이 있다. 지리산에서 출발해서 백두산까지 걸어가는 게 목표였는데 휴전선에서 막히니까 설악산까지 가는 거다. 한 50일 동안 주구장창 걸었다. 힘들고, 뒤지겠고, 냄새 쩔고... 여름이라 거지처럼 걸었다. 그때 종주한 사람이 5명이었는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때 NGO활동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금, 내가, 바람’이라는 청년 정치참여 단체에서 회장을 해보기도 했고, 희망제작소 인턴도 했다. 그러다 4학년 2학기 때 경실련에서 평화통일쪽 일을 했다.”
- 박원순 시장이랑 친했다는 주장인데... 그럼 왜 서울시로 따라 들어가지 않았나?
“응? 날? 왜 날 데리고 가나?”
- 흠. 그렇군. 3년 반을 일했던 경실련에서 옮겼다. 월급 많이 주는 쪽으로 옮겼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런 질문 하지 마라. 없어 보인다.”
- 지금의 근로조건에는 만족하나?
“맛있는 걸 많이 사줘서 좋다. 대충 만족한다.”
- ‘대충’?
“아따...넘어 가자”
- 좋다. 넘어가자. 바꿈에 온 진짜 이유가 뭔가?
“경실련에 있을 때는 기본 업무나 통일 관련 이슈를 확산시키는 일은 잘 했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네트워킹하는 건 미진했던 것 같다. 바꿈은 네트워킹과 연대 사업을 통해서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의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서 역할 하는 것은 사회의 발전에도, 나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고운 자태로 청년코디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홍명근 활동가. 청년 모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디에서 뭘 먹을까?’이다.
- 지난 해 1기 바꿈 청년네트워크 평화통일분과 코디로 참여했다. 네트워킹의 목마름이 풀렸나?
“청년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데... 아니 아예 없다. 그런데 바꿈이 그걸 만들면서 우리 사회의 의제를 함께 이야기 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 올해도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2기 바꿈청년네트워크 총괄 코디네이터를 맡지 않았나?
“그렇다. 올해는 지난 해 보다 청년 사업 규모가 늘었다. 지난 해는 4개 분과로 시작해 한권의 책을 내는 것이 목표였다면, 올해는 10개 분과를 조직하고 10개의 책을 내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벌써 12개 분과가 만들어졌다. 반응도 뜨겁다. 부담도 되지만 열심히 해볼라고...하하.”
- 2기 바꿈 청년네트워크에는 몇 명 정도가 모여 있나?
“얼핏 50명? 작년에는 청년활동가, 준전문가들이 많이 모였는데, 올해는 분야에 관심 있거나 의욕이 있는 분들이 모였다. 전문성은 좀 부족할지 모르지만 참신하고 다양한 내용이 담길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시작은 50여 명이지만 계속 늘 것 같다.”
“풀 상근 활동가 한명...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운다”
- 예상대로 답변이 별로 재미없다. 자신이 남들보다 잘 한다고 생각하는 점은 뭔가?
“넘치는 에너지와 발랄함, 긍정적 마인드라고나 할까? 어떤 어려움과 문제점도 돌파해 내는 돌파력이 있다고 자부한다.”
- 그래 보인다. 그런데 바꿈에 와서 그 에너지와 발랄함이 많이 죽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지금은 아닌데? 바꿈까지 출퇴근 시간이 왕복 4시간 걸린다. 너무 멀다. 흑흑. 평생을 강북에서 살고 활동하다보니 강남 터가 좀 안 맞는 것 같다. 강남 음식도 입에 잘 안 맞는다.”
- 좀 전에는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좋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비싼 것은 맛있다. 하하. 그런데 가성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
- 흠. 바꿈 회원들이 자주 놀러 와서 맛있는 음식을 사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받아들이겠다. 지금 풀 상근하는 활동가가 한명인데, 외롭지는 않나?
“정신없이 바빠서 외로울 틈이 없다. 사무실에 왔다 가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상근활동가는 혼자지만 사실상 혼자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일은 좀 많다.”
- 백승헌 이사장님과 같은 사무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자주 와서 괴롭히지는 않나?
“방이 다르다. 가끔 찾아오실 때만 빼면 괜찮다.”
- 흠. 자주 찾아오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로 읽겠다. 2개월 간 바꿈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가장 짜증나는 건 뭔가?
“회계할 때 비밀번호를 4번이나 입력해야 하는 것이 가장 짜증난다. 수수료도 많이 떼고. 회계 업무할 때 가장 힘들다.”
- 더 많을 것 같은데 역시 낙천적이다. 지금 바꿈에서 가장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뭔가?
“CMS 회원이 너무 적다. 한 500명만 됐어도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것이 많을 것 같다. 바꿈 회원들이 조금씩 노력해 주시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본인도 모르게 오마이뉴스 페이스북 페이지 메인 모델이 된 경실련 시절의 홍명근 간사. 지난 정부의 의혹을 해명하라며 방긋 웃고 있다.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사실 다음은 없다), 마지막으로 바꿈 회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CMS 회원 많이 늘려 주십시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바꿈은 상임활동가가 나 한명이라 나 한명만 먹여 살리면 된다. 나 한 사람 먹여 살린다 생각하고 도와 달라. 결초보은의 자세로 열심히 일하겠다!!!”
바꿈 사무실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일하는 홍명근을 본 적 있는가? 온갖 잡무에 바꿈청년네트워크 조직화에 그는 늘 정신이 없다. 목소리도 하이톤이다. 특히 바쁠 때면 두 세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분주해 진다. 그러나 그는 어지간하면 지치는 법이 없다.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탓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낙천적 성격에도, 돌파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 한계를 높여주고 그에게 무한 에너지를 불어 넣는 것은 바꿈 회원들의 역할이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한 명만 먹여 살리면 된다.’ 그의 낙천적 성격이 바꿈 회원에게도 전염되어 무궁무진한 바꿈의 가능성을 현실화 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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