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뷰어: 바꿈,세상을 바꾸는 꿈
지난해에 이어 개헌을 이슈로 진행되었던 정책배틀 시즌2.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소문 월드컬처오픈을 찾았던 시민정책배심단들은 제일 먼저 한 사내와 마주해야 했다. 유행이 좀 지나보이는 스타일의 롱패딩을 입은 곱슬머리의 사내는 이름을 확인하고 명찰과 기념품을 지급하기에 바빴다. 그는 바로 지난해 바꿈이 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상임활동가 공채에서 18: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최영환씨다.
파마를 하고 나서 커트를 하면 모양이 잘 나온다는 고급정보를 전달해준 최영환 활동가.
몰아치는 행사가 끝나고 조금은 여유로워야 했을 2월 8일, 바꿈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그를 만났다.
- 반갑다. 점심 먹고 잠시 졸아야 할 시간인데 무척 바쁜 것 같다. 바쁘니까 30초 이내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30초 내로? 어... 이름은 최영환. 며칠 안남은... 20대가 얼마 안 남았다. 만으로 29살. 곧 만으로도 30살 되는.... 더 길게 할까?”
- 됐다. 자기소개가 너무 싱겁다. 그런데 원래 머리가 곱슬인가?
“파마한거다.”
- 왜 했나?
“파마하면 편하다. 파마하고 커트하면 모양이 잘 나온다.”
- 놀라운 정보다. 머리숱이 있을 때 열심히 하길 바란다. 그건 그렇고, 바꿈에는 왜 지원했나?
“작년에 바꿈에서 알바를 하다가...”
- 알바? 바꿈에서 알바를 쓴 일이 없었는데?
“작년에 홍명근 간사(지금은 사무국장이 되어 있다)가 알바할 생각 있냐고 해서 좋다고 했더니 회원가입서부터 쓰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년 분과 코디역할이었고, 알바비가 아니라 활동비였다. 하여튼 그러고 나서 (바꿈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고정적인 것 보다는 새로운 활동도 하고, 컨텐츠도 만들어 내는 활동에 관심이 많이 갔다. 그러다 상임 활동가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 그 전에 정책배틀 행사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들어오기 전에는 바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었나? 자세하게 말해 달라.
“평가? 어려운데... 처음에는 그냥 시민단체 중에 하나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5년 동안만 활동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또 단점일 수도 있지만, 명확하게 이런 의제를 가지고 활동한다고 소개하기가 어려운데,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매번 관성적인 것 보다는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되어서 좋은 것 같았다.”
- 5년 활동이면 이제 반도 안 남았는데, 2년 6개월 뒤에는 어쩔 건가?
“아직 생각해 놓은 것은 없다. 1년 정도 활동한 후에 본격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바꿈과 내가 하려고 한 목표를 잘 이루었으면 좋겠다.”
- 그래도 들어오기 전과 들어온 후에 평가나 마음이 바뀐 것도 있을 것 같다. 1월까지 수습이다가(바꿈의 상임활동가는 1개월 수습기간을 갖는다) 이제 정식 활동가인데, 그동안 참고 있었던 불만이 있었나?
“참았던 것은 딱히 없었다. 불만이 있으면 할 말은 다 했던 것 같다.”
- 그래? 그 중 가장 세게 했던 말이 뭔지 이야기 해봐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정치인 같다. 높은 사람 많이 알고 있나?
“높은 사람 중에는 홍명근 국장. 나에게 일을 시키니까.”
자기에게 일을 시키는 홍명근 사무국장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믿는 최영환 활동가. 그들은 뒷통수로 서로 교신을 하면서 일을 처리한다.
- 바꿈 활동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혼란도 있겠다.
“그런 면도 있는데...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행정일이나 다른 단체와의 네트워크 등 고정된 일도 있다. 이게 그렇게 피로도가 높은 일도 아니고...”
- 아, 그런가? 피로도를 높여줘야 하나?
“생각해보니까 조금 피로도를 느끼는 것 같다.”
- 지금까지 인터뷰가 별로 재미없는데, 취미는 뭔가? 좀 재미있는 것 없나?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취미다. 그 사람이 뭘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듣는 걸 좋아한다.”
- 재미있는 대답도 아니고 정보기관에서 정보수집 하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듣는다.”
- 조금 진지하고 심각한 스타일인 것 같은데, 사람들 앞에서 잘 웃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잘 웃는 스타일이라기보다 사람들을 잘 웃기는 스타일이다.”
- 응? 왜 그렇게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 아리송하다. 암튼 신입활동가로서 아직 회원들과 서로 낯선 것 같다. 직접 회원들에게 연락하고 만나볼 의향은 있나?
“나는 그러고 싶은데, 이런 걸 귀찮아하는 회원들이 있을까봐 못하겠다. 만일 날 만나고 싶은 회원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 나가겠다. 다만 밥은 사주셔야 한다.”
- 밥 사달라고? 사줄 수는 없고?
“이거 이대로 인터뷰가 정말 다 나가는 건가? 형편에 따라 내가 사드릴 수도 있고...”
- 자, 바쁜 가운데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바꿈에서 이루고 싶은 포부가 있다면 이야기 해 달라.
“바꿈에서 이루고 싶은 건 생각중이다. 다만 내가 원래 미디어 컨텐츠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카드뉴스 같은 것 말고 바꿈 라이브방송 같은 걸 통해서 1분 단위의 짧은 컨텐츠를 해설하는 식이다. 그런 걸 해 보고 싶다.”
스스로 사람들을 잘 웃긴다고 착각하고 있는 최영환 상임활동가는 들어오자마자 “멍 때리는 여유도 없이” 수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 가장 힘이 센 사람을 홍명근 사무국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불운한 활동가, 그렇지만 묵묵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빈틈없이 해내고 있는 역량 있는 활동가 최영환씨는 이제 바꿈의 사업을 든든하게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다.
신임 활동가의 안 웃기는 웃긴 이야기를 듣고 싶은 회원들은 언제든지 양재역 인근 바꿈 사무실로 오라. 아, 밥값도 함께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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