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론장

시민들은 숙의형 개헌 토론회에서 어떤 결정을 했을까?

발제문을 첨부합니다.

숙의형 개헌 시민토론회의 성과와 한계발제문.pdf


4월 임시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을 두고 여야가 큰 입장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여야가 합의가 안 된다면 합의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개헌을 하자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국회 개헌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숙의형 개헌시민토론회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이러한 가운데 국민주도헌법개정네트워크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숙의형 개헌 시민토론회 결과가 공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청와대에서 정부의 개헌 발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국민참여본부는 지난  3월 1일부터 3월 4일까지 총 4일 동안 충청, 호남/제주, 영남, 수도권/강원에서 각 권역별 200명을 대상으로 숙의형 개헌 시민토론회를 개최했었다. 이 토론회는 대상자 800명 중 무려 774명이 참석해 96.75%의 높은 시민 참석률을 보였다.  

참석자 구성은 개헌 찬반, 정부형태 선호도, 개헌 필요성 등을 고려해 균형 있게 선정되었으며 시민들이 개헌의 쟁점에 대해 설명을 듣고 토의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청소년과 청년이 별도로 모여 토론회를 진행한 점이다. 위원회는 젊은층이 통상적으로 토론회 참석률이 낮은 점을 감안해서 목표인원 160명 대비 25%의 예비참여자를 모집해 200명을 대상으로 잡았지만 청소년과  청년 참여율 역시 높아 토론회 당일 참석자는 181명으로 목표 인원 160명을 초과했다. 


청소년,청년의 95%는 개헌에 찬성한다. 

국민참여본부는 숙의 토론을 하기 전ㆍ후에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비교했다. 토론 전과 토론 후의 결과를 살펴보면 개헌의 필요성, 보충성의 원칙, 국민발안제 모두 권역별 토론회와 청소년ㆍ청년 토론회 둘 다 토론 전 보다 후에 찬성률이 더 높아졌다. 특히 개헌의 필요성을 두고 찬성은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청소년과 청년의 경우 95% 찬성률을 넘었다.

그러나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권역별 토론회에서는 반대하는 비율이 48.3%에서 68.3%로 높아졌고, 청소년ㆍ청년 토론회의 경우에도 45.3%에서 59.7%로 높아졌다. 이태호 국민개헌넷 상임운영위원은 이를 두고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이한 점은 국민소환제를 두고 토론전보다 토론 후에 찬성율이 낮아졌는데, 청소년ㆍ청년층에서 토론 후 찬성률이 무려 22.1%나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 점을 두고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국민소환제의 부작용이 토론 지점에서 제기된 것으로 추측했다.  


시민들은 ‘안전권, 생명권,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신설을 가장 원한다. 

참가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본권 선호도 토론 전 후 조사 역시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 사전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본권 의제 상위 3개 항목은 ‘안전권, 생명권,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신설(1,002점)’ ‘사회보장권, 건강보건권 강화(국가의 노력의무 -> 권리)(796점)’, ‘실질적 평등권 강화 : 차별금지사유 확대, 성차별 등 현존하는 차별시정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의무(778점)’ 이렇게 3가지였다. 본 순위는 토론 후에도 변동하지 않았다. 다만 사전조사에 비해 사후조사에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진 항목으로 ‘환경권 강화, 생태계 및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명시’는 573점에서 685점으로 112점이 상승했다.  

한편 청소년ㆍ청년토론회에서도 기본권에 대한 관심도를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했다. 사후조사 결과 청소년ㆍ청년은 ‘실질적 평등권 강화 : 차별금지사유확대, 성차별 등 현존하는 차별시정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의무(266점) ‘안전권, 생명권,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신설(235점)’, ‘노동권 강화 : 근로에서 노동으로 용어수정,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임금원칙 명시(210점)를 꼽았다. 사전조사에서 2위였던 ’실질적 평등권 강화‘가 사후조사에서 1위로 되었고, 노동권 강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토론을 통해 높아진 시민들의 개헌 이해도

시민들이 개헌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할까? 이 질문을 두고 쟁점에 대한 참여자들의 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해 각 의제들에 대한 지식을 묻는 질문들을 사전ㆍ사후 설문조사에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토론을 통해 참석자들의 정답률이 적게는 3%에서 많게는 35%까지 높아졌다.   

무엇보다 본 토론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본 토론회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청소년ㆍ청년에서 99.4%, 호남권 99.0%, 충청권 98.9%, 수도권 97.5%, 영남권 97.3%였다. 또한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개헌에 대한 지식이 늘었다’,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정부는 앞으로 공론화과정을 통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다음에 시민자문단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할 것이다’라는 문항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권역이나 세대에 관계없이 모두 95%를 넘었다. 


국회 개헌특위 원탁토론, 예산까지 받았지만 아직 집행되지 않아. 

국민들의 개헌 참여 열기와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여전히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국회 개헌특위는 2017년 1월부터 활동해왔으니 이미 활동한지 1년이 넘은 셈이다. 

특히 작년 7월, 국회 개헌특위가 낸 개헌일정 보도자료 내용 중에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의 생생한 개헌의견 청취를 위해 세대와 지역, 성별 등을 아우르는 개헌국민대표 5,000명을 선발하여 개헌관련 주요 쟁점에 대해 숙의 토론하는 개헌국민대표 원탁토론을 4차례 실시하며(10월)” 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실제 국회는 정부로부터 예비비 51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고, 그 중 7억 원은 원탁토론을 위한 예산으로 배정되었다. 

그러나 국회 개헌특위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원탁토론을 아직까지도 개최하지 않고 있다. 즉 정부로부터 받은 원탁토론 예산은 지금가지 거의 집행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회, 특히 야당의 행태를 두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헌법안을 두고 문제가 있으면 부결시키면 될 것을 사회주의 개헌 저지 투쟁 등으로 정략화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모욕’ 이라며 향후 정치인의 이해타산에만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숙의민주주의를 상시적으로 제도화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